올 하반기, 2번째 최종면접.
내 삶에서 6번째 최종면접.
5번 도전끝에 4번의 서류탈락 그리고 마침내 얻은 한 번 기회.
대학 내내 항상 지향점이 되었던 곳.
전날 밤, 홀로 서울에 상경해서 모텔에 방을 잡았다.
아침 6시 집합이기에,
모텔에서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모텔에 11시 반에 잠들고 5시에 일어났다.
큰일이다.
몸살인듯하다.
근 일주일간 신경쓰일 일들이 너무 많았나보다.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시인지,
몸이 으슬으슬하다.
그래도 제발 그 날 하루만 버텨주길 기도했다. 몸에게.
정신 에너지는 충만했으니까.
준비하고 방을 나섰다.
쌀쌀하다.
겨울이 느껴진다.
준비된 버스에 올라타서 이번에 새로 지어진 연구단지에 도착했다.
건물 진짜 좋더라.
화장실이 호텔인줄 알았다.
영화속에 보던 화장실을 직접 보니까 참 이상하지만 화장실 모습으로도 충분히 식견이 느는 기분이다.
아침 6시부터 밤 7시까지 이어지는 3번의 면접.
차분히 기다리면서, 마음을 준비한다.
첫 번째 면접.
크게 인상을 남기진 못한듯하다.
그래도 내 살아온 과정과 마지막으로 할 말에 대해서만큼은 준비한 그대로
그 순간 마음을 담아서 모두 말했다.
비록 면접관 분들을 모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건 내가 살아온 과정과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거겠지.
내 무기는 조금 독특하게 살았다?
이런 것이었는데, 모여있는 120명 중에선 나보다 훨씬 독특하면서 훨씬 능력좋은 사람들이 넘쳐보였다.
외모도 훤칠하고, 표정에 미소와 밝음 그리고 자신감이 찬 눈동자들.
그 속에 있으니 자부심보다도 조금 두려웠다.
그냥 요즘 항상 무섭다.
알면 알아갈수록.
어제 두려움을 이기기위해서 모텔에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방법들을 찾았다.
그 내용들은 조금 다시 보고 싶어서 저장해두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과정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란 말.
좋드라.
그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도전한 것 자체를 즐기자.
라고 마음먹었었지.
그래서인지 무서운건 무서운거고 그 외부의 분위기에 내 내면이 휩쓸리진 않았다.
그 순간에서는 어떤 비교도없이 내 스스로 충실해서 말한다.
첫 번째 면접이 끝났다.
점심을 먹었다.
유명한 여러 식당이 모여 하나의 뷔페를 차려 놓았다.
여긴 도대체 낙원인가?
화장실부터 식당까지 놀랍다.
냠냠하고 올라와서 이빨닦고 소화시킬 시간도없이 문제를 풀러갔다.
한 시간의 문제 풀이 후 이를 발표함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두 번째 면접.
처음 문제들을 받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암담함이었다.
분명 어제 학교 도서관에서 한 번 정리할까 고민했던 주제였다.
그리고 모텔에서 읽기위해 들고간 스승님(책)에게 아주 중요하게 써있던 주제였는데,
피곤한 나머지 읽지 않고 그냥 자버렸다.
왜냐하면 준비는 이제 철저하고 컨디션 관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방심이 또 암담함을 불렀다.
1시간 동안 여러 추론을 반복했다.
하지만 역시 추론을 추론으로 끝날 뿐, 확실하지 않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손이 벌벌 떨렸다.
고작 1시간의 피곤함을 못버텨서 내버려둔 주제를
이렇게 또 박살나는건가?
암담한 기분이었는데.
추론한 내용을 이미 알고있는 척 말하기보다 일단 내가 알고있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기로 했다.
솔직함이 우선이니까.
그 뒤, 추론한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오히려 이 선택이 조금 전화위복이 되었다.
어설프게 아는 척보다는 역시나 모른다고 솔직함이 좋고, 모른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하는게 좋다는 걸 다시 느낀다.
그렇게 두 번째 면접이 끝났다.
몇몇 부분에 대해서 아쉬운 면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니까 미련은 없다.
말하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빠르게 머리회전하는 것도 다 실력의 일부분이니까.
조금의 휴식끝에
마지막 면접이 다가왔다.
주제도 내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주제.
내가 살면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
그랬는데, 오히려 그랬기에 또 두려웠다.
또 나 혼자만의 착각인가 싶어서.
역시나 약 1시간동안 생각과 상상력 창의력 논리력 직관력 모든 것을 발휘하고 풀어낸다.
그리고 발표.
소재는 좋았다.
그리고 그 소재에 대해 풀어나가는 그 1시간은 정말 무척 즐거웠다.
지금 내가 면접 시간에 있는지,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홀로 상상을 넘쳤던 것처럼 그런 곳에 있는 건지 모를정도로.
문제를 풀고, 또 다시 시작한다.
세 번째 면접.
그리고 정말 어쩌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면접이 될지도 모르는 면접.
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늘 모든 면접이 끝나고 이따 스마트폰을 받아서 키게되면 5일전 봤던 첫 번째 최종 결과가 나올 거라고 알았기에.
5분여의 대기시간동안 눈빛이 멍했다.
요즘 멍때리는 것 잘한다.
이러고 있으면 생각이 많이 비워지는 것 같아서 좋다.
하지만 마음속엔 이번만큼은 자신감이 넘쳤다.
정말 두려움은 자신감보다 약한 존재이다.
내 스스로 단련하고 착실하게 쌓아온 부분에서라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이 부분만큼은 정말 지고 싶지 않기에, 최고가 되고 싶기에 거쳐왔던 경험들이었으니까.
다만 그 면접 전의 긴장과 떨림은 어쩔 수 없다.
세 번째 면접
좋았다.
스스로 정말 잘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마음속으로 많이 기뻤다. 인정받는 다는것. 그리고 여기까지 잘왔다는 것.
그 면접관분의 미소는 어쩌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으로 할 말을 발언하는 곳에서 정말 준비가 아닌 그 마음 그대로 모든 것에 대해
너무 즐거웠습니다.
란 말이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그치만 비록 정형화되거나 조금 준비된 마지막 답변은 아니지만 내겐 모든 후련함과 만족이 깃든 최고의 발언이었다.
그 어떤 꾸밈도 없이 나온 솔직함 그것이 이미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다.
모든 면접을 끝내고 이젠 기다린다.
아쉬운건 끝나고 나서 스마트폰을 키면 첫 번째 결과가 나와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마음이 쿵쾅했지만,
오히려 4번째 결전이 찾아왔다.
그것도 오늘에서야 알 수 있는.
그래서 원래는 하루 쉴려고 했다.
아침에 목이 잠기고 침 삼키는 것도 아프고 몸살 기운도 넘쳐서 쉴려고 했는데,
쉴 수없다.
근데 좋다.
일찍 도서관에 오지는 못했지만,
걸어오면서 느낀 서늘한 감정들.
아무 생각없이 씻고 밥먹고 나왔다.
또 오늘은 어떤 모습의 네 번째 결전이 찾아올 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나아가야 하는 걸 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