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두 번째 결전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시험장에 가는 길이었다.



분기점에서 딱 내려서 지하철 환승을 하려고 했는데,


지윤이를 만났다.




진짜 내 인연의 분기점은 넷마블 인턴에서였나보다.



인턴동안 똑같은 게임을 선택해서 만들었기에,


조금 친해졌었다.



그 이후로 인턴이 끝나고 딱히 개인적인 연락을 하진 않았었는데,


1년전에 NC TEST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신기하게도 같은 반으로 배정되어서 문제를 풀었는데,


그 때, 내가 지우개를 안들고와서 지우개를 빌려달라했더니


망설임없이 자기 지우개 반을 뚝 떼어주던 기억이 있다.



진짜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얘는 진짜 착하다.


그 모습이 원래 그런 모습인데 오히려 사람들에겐 척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무튼 그렇게 지하철에서 1년만에 다시 만났다.


나는 다시 NC TEST를 보러 가는 길이었고, 아쉽게도 얘는 다른 시험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진짜 많이 밝고 이뻤는데,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나보다.


조금 수척해진걸 보면.



아마 나처럼 지난 1년동안 엄청 마음고생 많이 했겠지.


여유가 없을 정도로.



그 마음 많이 이해되고, 꽤 상처받은 표정의 느낌도 공감된다.


그래도 잘해낼거라고 응원하고 각자 갈 길을 갔다.


물론 얘는 진짜 잘될것같다.


지금은 조금 돌아갈 뿐.



시험장에 도착했다.


개포고등학교.


작년과 시험장은 다르지 않다.



1년전의 추억?


그리고 그 때는 긴장많이했는데,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고,


정말 정말 원했던 기업이었고, 가고 싶었기에.



하지만 작년에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진짜 가슴이 폭파당했었다.


최종 면접이 끝나고 임원분이랑 정말 말 열심히해서 


정말 합격한 줄 알고 미칠듯이 기뻤는데,





이 때의 악몽은 진짜 끔찍했다.



저 글자를 보는 순간 일그러지던 내 얼굴 표정은 아직 기억난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신한


4번의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면서 박살나고 조각나버렸었는데.




아무튼 담담히 TEST에 들어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굉장히 차분해졌다.


요즘 내 모습자체가, 들뜸이 없다.


후유증인지, 아니면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감독관님이 들어오셨다.



! ! !


아는 사람이었다.


역시나 넷마블 인턴 기간동안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이도 똑같도, 몇 번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리고 역시나 1년 전에, 이 NC TEST 치르면서 그 때 만나서 서로서로 반갑다고 얘기하면서


어디 어디 붙었고, 어디 면접보고 얘기했었는데.



이렇게 갈라졌었구나. 


나는 마지막 관문에서 넘어졌었는데, 이 친구는 그 관문을 뚫고 올라갔구나.



1년 전엔, 같이 시험을 치르던 입장에서


지금은 나는 여전히 시험을 치르고 있고, 이 친구는 감독관이 되어서 나를 감독하고 있다.



그 속에서 느꼈던 점.


내가 마지막 최종 면접때 그 들뜸으로 인해, 어줍잖은 조언같은 것을 안했다면.


나도 지금 저 자리에 서서 이렇게 다시 부푼 꿈을 가지고 온 사람들의 시험 치르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까?



마지막 말 한 마디의 후회.


그런 것들이 상기되면서 정말 괴로울 뻔했는데.


뭔가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빠르게 스쳐간 뒤,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지금 서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반드시 저 위치에 선다.


라고 생각하고 맹렬히 눈에서 불을 뿜는다.



감독관이 되버린 친구랑 몇 번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 시간이 1년동안 많이 흐르긴 했지.


그래도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괜히 아는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시험은 무난하게 흘렀다.



만약 내일있을 발표에 따라, 정말 어쩌면 이 시험의 결과에 관계없이


삶의 분기에 서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짐을 꾸리고 나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감독관 친구를 바라봤다.



'인사라도 할까?'


조금 망설였다. 괜히 위치가 다른 상태에서 아는 체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도 한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러자 애써 시험지를 추스리며 모른척했던 그 감독관 친구가 아까랑 다르게


나를 보고 웃더라.



아무말이 없는 웃음이었는데, 그 웃음이 어떤 웃음인지 알 것 같더라.


원래 호쾌한 친구였으니까.



'힘내라고, 할 수 있다고'


그리고 반갑다고


미소짓는 그런 웃음이었다.



같이 웃었다.


1년전 술집에서 처음 얘기나누면서 웃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만약 판교에 입성하게 된다면, 조금 번듯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너 웃음때문에 어제 하루 마음 굉장히 따뜻했다고.


정말


어제 하루만큼은 힘들고 진이 빠질때마다 생각나던 그리움에서 벗어나


조금은 이 신기했던 두 사람의 인연을 떠올리면서 행복했으니까.



신기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삶은



자 그럼 다시 화이팅하자.


내일 모레있을 마지막 세 번째 결전.



이번 달이 지나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정말 


정말 모르겠지만



비통, 좌절, 절망에 또 허우적거릴지.


환희, 새로움, 기대에 한 발자국 나아가게될지.


결과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소망하는건 조금 번듯해져서, 

설렘이 가득한 그런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그럼 다시 하자.


재욱이 너도 합격해서 다행이고 축하한다. 마지막까지 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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