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하게 져가는 가을.
어떤 사진을 올릴까 고민했는데,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안개가 많이 끼었다.
지금쯤 같이 함께하던 친구는 먼저 시험보고 있겠지.
어젠
조금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아무에게나 기대고 싶었다.
도서관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계단에 앉아
손잡이에 기대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쁘더라.
달도 찬란하게 빛나고.
하지만 손잡이가 많이 차가웠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는데.
조금 외로웠다.
근데 웃기다.
정말 주저앉고 싶을 때 쯤이면 한 명에게 연락이 온다.
비록 내용없는 대화일지라도
어젠 너무 감사했다.
나중엔 내가 잡아줘야지.
덕분에 잘 일어나서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하루하루 모든 힘을 공부에 쏟아내고 나면
집에 올 때쯤이면 몸에 진이 쭉 빠진다는 기분을 매일 느낀다.
하루 6시간 공부할 때면 이렇게 생각했다.
'6시간만 공부해도 이 정도인데 13시간씩하면 더 발전하겠지?'
그런데 막상 13시간 이상 하기 시작했는데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알아간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여있다가
물 잔에 조용히 따르던 물은
한 순간에 넘친다는 말처럼
많이 바뀌어있드라.
내일 있을 시험,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달려왔다.
그리고
어느새 눈 앞으로 다가왔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정말 최선.
지금 바라는 것은
내가 모르던 부분까지 정말 운좋게 합격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해온것만큼은 다 써내려가고 싶다.
항상 시간 제한이 걸리면 생각이 굳는다.
그래서 느긋하게 주어진 시간속에선 잘 해냈지만,
조급한 시간속에선 항상 망쳐버렸다.
조금 더 담담해졌으면 좋겠다.
아침의 도서관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비록 외면적으로 특출난 사람들도 있고,
평범한 사람들도 있지만,
하지만 정말 그들을 멋지게 빛내는 것은
완전히 지쳐버린 표정속에서,
안 외워진다는 듯 머리를 쥐어잡는 손길속에서,
쉴 새 없이 종이에 적어내려가는 연필속에서,
이런 모습속의 표정, 눈빛, 그리고 전신에서 피워내는 분위기들.
분명 눈에 보일리없리 없는 아지랑이가 그들의 등 뒤에서
쉴 새없이 정열, 열정의 울림을 뿌린다.
그래서 도서관을 오나보다.
이런 한 사람 한 사람 전해오는 울림들이 나 또한 동화시켜 그렇게 만들어버리니까.
그리고 이런 모습에서 정말 그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멋이란건 외견적인 부분보다도
내면적인 모습들이 훨씬 크다는 걸
매번 새롭게 깨달은만큼 또 다시
항상 잊는다.
내일이 두렵다.
내일 시험이 좋은 결과로든, 좋지 못한 결과로 끝나든,
이 슬픈 몸부림이 끝나버려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버릴까.
이렇게 정말 몇 년을 살았다면, 힘들게 찾은 내 꿈, 내 적성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왔다면
분명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었을텐데.
후회인가.
후회는 안하기로 했는데.
맞다 후회.
후회를 어떻게 안할까.
후회를 어떻게 주어담느냐.
그거겠지.
기도한다.
내가 믿는 나무, 숲, 하늘, 달, 해, 바람, 대지, 바다, 강, 소리 모두에게.
현재의 이 모습을 잃지 않기를.
현재의 이 다짐을 잃지 않기를.
슬픈 몸부림이 아닌 내 의지를 가지고 이렇게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날 사랑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