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일기를 블로그에 적었던 날부터 어느새 8년이 지났다.
시간 빠르다.
취업 후 8년 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 해외여행도 떠나보고.
아내도 운명처럼 만났고.
함께 살 첫 집도 구매했다.
무엇보다 나랑 꼭 닮은 딸도 태어났다.
부모님들은 은퇴하셨지만 아직 정정하시고.
뭐 중간에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전화위복이 되어 지금은 행복하다.
지난 내 취업 일기를 읽어보자니.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저 때의 풋풋함이 재밌다.
일기를 써두길 잘했다.
저 때의 글들은 그 시간 속의 나를 사진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아무튼 이제 이직 준비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다.
지난 8년간 월급도 꾸준히 올려주고.
워라밸도 좋아서 몸은 펴했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큰 트러블도 없었다.
그래서 평생있기에 나쁘지 않은 회사라 생각했었다.
8년 간 팀을 2번 바꾸게 됐는데.
한 번은 자의적으로.
이번엔 타의적으로.
C++언어로 COM Programming을 시작했고.
C# 언어로 WPF Framework를 개발했고.
무뎌질 무렵 DevOps가 뜰 때 DevOps를 해보기 위해서 처음 팀을 바꿨다.
그러다 다시 회사의 구 인증 시스템을 만지면서 Pro*C와 Oracle을 분석하고.
뉴 인증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Spring Boot API 서버 개발을 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팀에서 DevOps 업무를 맡았다.
이게 내 8년 경력의 전부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기보단 이것 저것 짜잘하게 많이 했다.
커리어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는 딱히 이직하기 어려운 커리어라고 생각했다.
뭐하나 한 분야만 파기보다는 여러 분야를 맛만 봤다.
이 글을 쓰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 회사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처음 시작은 몰로코란 회사를 알면서부터다.
지하철 광고에서 본 몰로코란 회사.
찾아보니 우리나라 탑티어 IT회사다.
우리나라를 거점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경쟁하는 유일한 회사다.
멋졌다.
한번쯤 실리콘밸리에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프로답게 하는 삶을 꿈꾸기만 했다.
지금에 와서 나는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냥 지금처럼 평온한 회사에서 무난하게 육아하며 살면 될 줄 알았다.
근데 평온함과 무난함은 내가 만든 환상인 것 같다.
안주하며 살던 내게 이제 큰 시련이 다가왔다.
회사 생활이 무섭다.
아직 살아갈 날은 많은데 내 능력은 쌓이기보단 점점 분해되어간다.
어제 오늘 문득 깨달았다.
이대로는 남은 내 삶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과거에 부딪혀보던 나는 없고 삶에 안주만 하고있는 내 모습은 확실히 자신감을 잃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돈이 아니라 불가능해보이는 목표에라도 한번 부딪혀보고 싶다.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앞으로의 내 삶도 자신감이 가득찰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딱 1년.
나를 믿고 이직 준비를 해보자.